이것은 희생이 아니라 선물입니다
어느 날 "영원한 미"의 상징으로 불리는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 1929~1993)이 유니세프를 찾아갔습니다. 유니세프가 그녀를 원했던 것이 아니라 그녀가 먼저 유니세프에 손을 내민 것입니다. 유니세프의 홍보대사로 취임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제 자신이 이차 대전 직후 유니세프로부터 식량과 의약품을 지원 받았기 때문에 유니세프가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가를 증언할 수 있습니다. 유니세프에 대한 감사와 신뢰의 마음은 평생 변하지 않았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60세를 바라보는 나이에 유니세프가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갔습니다. 보수는 1년에 1달러뿐이었고 교통비와 숙박비 외에는 아무 것도 제공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열정을 다해 헌신했습니다. "오드리 헵번이 인기가 떨어지니까 별 쇼를 다하는구먼.", "몇 달 저러다가 말겠지", "자기가 아직도 앤 공주인 줄 아나봐"
언론과 세상 사람들은 그녀의 행보를 곱지 않게 보고는 과거의 은막 스타가 세상의 주목을 받고 싶어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굶주림과 병으로 죽어가는 어린 이들의 슬픈 현실을 세상에 알렸습니다. 곤경과 죽음에 처한 아이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고 그건 바로 죄악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녀의 발길은 아프리카 전 지역을 비롯해 방글라데시, 엘살바도르 등 50여 곳이 넘게 이어졌습니다. 비행기를 타고 버스로 이동하는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백발의 노구를 이끌고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은 거침이 없었습니다.
"어린이 한 명을 구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어린이 백만 명을 구하는 것은 신이 주신 기회입니다" 그녀의 끝없는 행보에 언론과 사람들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병에 걸린 아이들을 스스럼없이 만졌고 고통 앞에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전 세계인의 가슴을 울렸습니다. "저게 뭐지요?" 1992년 소말리아를 방문했을 때 마을 공터 구석에 놓여 있는 수많은 자루꾸러미를 보았습니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원주민에게 웃으며 물었을 때 그녀는 귀를 의심하지 않은 수 없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아이들의 시체였습니다. "오마이 갓" 오드리 헵번은 강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두 손을 모았습니다.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그 순간부터 오드리 헵번은 소말리아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언론을 향해 소말리아 어린이들에게 더 많은 구호의 손길을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몰랐습니다. 이 소말리아 방문이 그녀의 건강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을.
사실 헵번은 소말리아를 방문하기 전부터 건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녀도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자신의 건강 때문에 소말리아 방문이 취소되는 것이 두려워 아무한테도 이야기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녀는 아랫배에 강한 통증을 느낄 때마다 진통제를 맞으며 정해진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그해 11월 오드리 헵번은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가 살아갈 날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는 의사의 말을 들으며 "3개월이라 ... 고향에서 가족들과 함께 보낼 시간은 충분하군요." 오드리 헵번의 암소식이 알려졌을 때 누군가가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왜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아이들을 돕는 거죠?" 그러자 햅번이 답했습니다. "이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희생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것을 위해 자신이 원하는 것을 포기하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희생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받은 선물입니다"
오드리 헵번은 은퇴 후 오랫동안 살았던 스위스의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생의 마지막 시간을 보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었습니다. 그녀는 기족들을 불러 모으고는 "내가 좋아하는 시가 있어. 한번 들어보렴 ." 그녀는 유언처럼 시를 아들 앞에서 읊기 시작했습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봐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이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하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복구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져야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도움의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1993년 1월 20일, 오드리 헵번은 눈을 감았습니다. 그의 향년은 63세였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요 12 :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