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 넘어서 군 생활을 하게 된 나에게는 너무나도 뚜렷하게 들렸던 성령의 음성이 있었습니다. 신병이 되어서 내무반에 신고식을 하게 될 때, 고참의 엄포와 함께 신고식에서 반드시 내무반장이 좋아하는 유행가를 불러야 한다는 요구에 괴로워하던 날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 속에 내주하시는 성령께서 찬송가 434장을 하라는 조용하지만 너무나도 강력한 음성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후에 벌어지는 어떤 불이익도 감수하겠노라는 각오로 성령의 음성을 따르기로 작정하고는 그 찬송을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갈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상관들의 고함과 야유와 협박이 찬송을 중단시키려고 했지만, 어디선가 "조용히 해라, 찬송 좀 듣자" 하는 어떤 소리와 함께 나는 찬송을 끝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그 내무반에서 한 상관이 내게 다가와 성경에 대해 묻고, 성경공부를 인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얼마 후, 그 상관은 제대 후에 어느 자그마한 교회에서 없어서는 안될 큰 일꾼이 되었습니다. 나는 그때 성령의 뜻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습니다. 성령께서는 때로는 잔잔하고 고요하게, 때로는 급하고 강하게 우리에게 다가오십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에도 성령의 역사하는 힘은 너무나 강렬하여서 '바람에 의해 절로 날아가는 종이 비행기'같이 우리는 성령의 음성을 듣고 그저 그 힘에 편승하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