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갈수록 성탄의 의미가 더 퇴색되어 가는 것 같고, 그런 흐름을 막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부활절은 여전히
교회 안의 절기로 머물러 있어서 그 의미가 남아 있지만, 성탄절은 연말연시의 분위기와 함께 섞여서 너무 세속화된 나머지, 성탄의 바른 의미와 목적을 간직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더욱이 요즘은
성탄절에 예배조차도 드리지 않는 교회들도 많습니다. 물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교회가 배려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꼭 성탄을 가족과 함께 보내야 그 의미가 살아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하지만 우리교회도 성탄절에는 많은 성도님들이 출타를 하기 때문에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아무튼 예배가 없는 성탄이 가능할까 의문이 듭니다.
오늘의 교회가 성탄의 고유한 의미를 세상으로부터 되찾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이 성탄을 보내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성탄을 연말연시의 분위기와 함께 즐기는데 우리가 시비를 걸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입니다. 우리도 그들의 방식으로 성탄을 맞이하고, 단지 들뜬 마음, 주변의 흥겨운 분위기에 취해서 성탄을 보내며, 우리 마음 안에 간절히 다가오는 깊은 주님과의 만남을 경험하지 못한 채 성탄을 지내는 모습 때문에 안타깝고 불편한
것입니다.
성탄은 그 안에 이중적
의미를 갖습니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성탄의 바른 의미를 자칫 놓치기가 쉽습니다. 성탄은
우리에게는 기쁘고 즐거운 날이지만,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께는 자신을 완전히 비우고 내려놓는 자기 부정의 순간입니다.
오랜 세월 계획하시고 준비하셔서 하신 사건이 바로 성탄입니다. 성탄은 우리 안에서도
이중적 의미를 갖습니다. 성탄은
예수께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신 사건이기에 기쁨의 날이지만, 그 말은 뒤집으면 인간이 스스로는 구원할 수 없는 무력한 존재라는 사실을 공식화하는 사건입니다. 이런 이중적인 의미를
깊이 묵상하지 않는다면 성탄의 의미는 우리에게 바르게 다가올 수 없습니다. 그리고 참 기쁨도 누릴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성탄절은 조금은 더 깊이 그 의미를 생각하고 묵상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