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소설가 도스토예프스키는 모든 사람이 예수를 인류의 메시아가 아니라고 해도 그분은 나의 메시아라고 고백했다. 이 시대 성탄의 가장 큰 문제는 성탄을 축하한다면서도,
기뻐한다면서도 그 기쁨이 진정으로 자신의 삶에서 성탄의 내용과 본질을 알고 만나면서 기뻐하는 것이 아니라 표피적인 껍데기만 붙잡고 그냥 스쳐지나가듯이 하나의 연례행사처럼 경험되고 있다는 것이다. 성탄은 마리아의 고백처럼 말씀으로 내게 이뤄지는 것, 자신의 삶으로 부딪혀서 그 삶의 방향이 다 바뀔 만큼의 강력한 만남이다. 자신의 온 존재와 신앙을 다 쏟아붓지 않고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메시아의 구원이 우리에게 임했음을 알리는 너무나도 중요한 사건이 성탄이다.
아무리 성탄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고, 머릿속의 지식으로 안다고 해도 이 만남이 없다면 성탄은 내 삶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인간의 이야기일 뿐이다. 초대교회 교부 오리게네스는 `그리스도인 주님이 마리아를 통하여 세상에 탄생하셨지만 만일 내 마음에 나타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라고 당시의 신자들에게 질문했다. 이는 오늘의 우리들에게도 해당되는 질문이다.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부를 줄은 알지만 그리스도가 내 안에, 내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이 만남의 사건(성탄)이 있는가? 아니면 그리스도가 없는 성탄을 여전히 맞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뼈저리게 생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