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글대던 국밥집에 사람이 뜸해지는 시간. 주인이 한숨을 돌리면 신문을 뒤적이고 있을 때 한 할머니가 때 국물이 흐르는 어린 소년과 함께 식당에 들어오면서 "국밥 하나 얼마나 하지요" 하면서 들어와 엉거주춤 앉은 채 국밥 하나를 시켰습니다.

김이 무럭무럭 나는 국밥을 소년에게 밀어놓았습니다. 소년은 침을 꼴깍 삼키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정말 점심 드셨어요?" "그럼......" 할머니는 깍두기 한 점을 입에 넣고 오물거리는 동안 소년은 국밥을 다 비웠습니다.

그 모습을 유심히 살피던 주인이 두 사람에게 다가와 웃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오늘 운이 참 좋으십니다. 할머니가 우리 집의 백 번째 손님입니다" 하면서 음식 값을 받지 않았습니다.

한 달 남짓 지난 어느 날, 국밥주인은 길 건너편에 그 소년이 쭈그리고 앉아 무엇인가 헤아리고 있는 것을 창문을 통해 보고는 깜짝 놀랐습니다. 국밥집에 손님이 들어갈 때마다 동그라미 안에 돌을 넣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점심시간이 다 되었지만 그 동그라미 안에는 쉰 개의 돌도 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다급해진 주인은 단골들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안 바쁘면 국밥 하나 먹고 가게. 오늘은 공짜라네." 주인이 동네방네 전화를 돌리자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여든하나. 여든둘. 여든셋. 소년의 셈이 빨라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아흔아홉 개의 돌멩이가 동그라미 속에 들어가자 소년은 할머니의 손을 잡고 국밥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할머니. 이번엔 내가 사드리는 거야." 100번째 손님이 된 할머니는 국밥을 먹고 소년은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 깍두기만 오물거렸습니다. "저 아이도 한 그릇 줄까요?" 종업원이 물었습니다. "쉿～ 지금 저 아이는 먹지 않고도 배부른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거든." 주인이 말했습니다. 소년은 배를 앞으로 쑥 내밀며 "아니, 난 배불러. 이거 바, 할머니."하고 말했습니다.

100번째 손님을 만드는 식당주인의 따뜻한 마음이 우리의 사회를 밝게 만듭니다. 험한 세상이라며 불평을 하거나 분개할 것이 아니라 100번째 손님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