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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4-10-26 00:00
잘한 줄 알았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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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55세 우리 아버님이 84세가 되시던 해였다. 이때가지 아버지와 나는 의견충돌 한번 없이 살았으니 날더러 사람들이 효자라고 했다. 사시면 얼마나 사신다고 용돈 드리고, 삼시 세끼 굶지 않고 먹고 사셨으니 행복한 분이라고 생각한 자식을. 어느 날 서울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돌아오는 길에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버님이 몹시 편찮으시다고. 재촉해서 집에 도착하니 집안이 조용했다. 출가한 형제들이 아버님이 위중하시다는 말을 듣고 왔다 갔다고 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높지 않은 요 위에서 방바닥에 떨어져 계셨다. 급한 마음으로 아버님을 바로 뉘어 드리려고 가슴에 안았다. 그런데 아버님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가벼운 몸이 우리 아버지라니! 억장이 무너지는듯하여 나도 모르게 통곡하고 말았다. 이지경이 되도록 불평 한마디 없이 잘해줘서 고맙다고 하시던 아버지! 이지경이 되도록 잘한 줄만 알았던 못난 자식. 죄송해서. 부끄러워서 아버지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수건으로 얼굴을 닦아드리고 따뜻한 물 몇 모금을 떠 넣어드렸더니 정신을 찾으셨다. 한참이나 얼굴을 올려다 보시드니 이제 생각이 나는 듯 피곤할 테니 어서 가서 쉬라고 하신다. 내가 저분의 이런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눈물이 난다. 다음 주일 설교를 준비하느라고 밤 12시가 넘었다. 잘 주무시는가 하여 방문을 여니 또 요 밑으로 떨어져 계셨다. 살아생전 마지막일지도 몰라 품에서 내려놓고 싶지 않은데 ‘힘들 테니 내려놓으라’ 하신다. ‘내일 새벽예배 드릴 사람이 이러면 되느냐’고 가서 자라고 하신다. 그것이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 마음인 것을. 새벽 일찍 일어나 오늘은 괜찮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방문을 열고 아버지! 불렀는데도 대답이 없으셨다. 무슨 사연이 많으시길래 눈을 감지 못하셨고 이 아들에게 무슨 하실 말씀이 많으셨는지 입이 열려 있었다. 아직 체온이 식지 않은 아버님의 가슴을 더듬는 나는 어쩌라고! 누가 말했던가? 철들고 나니 부모님이 곁에 계시지 않더라고. 부끄러운 자가 말한다. 이제 내가 불효자인 것을 아는 자가 말한다. 네게 부모가 살아계시느냐? 업어드리고 안아드려라. 기력이 남아 있을 때 목욕탕에라도 모시고 가서 등 한번 밀어드리라고. 아버지의 사랑을 그가 계시지 않을 때 깨달은들 무엇 하겠는가 너 낳은 아비에게 청종하고 네 늙은 어미를 경히 여기지 말지니라[잠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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